강아지별에서 온 편지

3화. 죽은 탄이가 남긴 마지막 부탁

bogibooks 2025. 8. 22. 11:47

 

"하린아, 우리 단둘이 얘기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탄이가 하린의 손을 이끌며 카페 밖으로 나왔다. 마을 뒤편으로 향하는 작은 오솔길이 보였다. 길 양옆으로는 하린이 본 적 없는 신비로운 꽃들이 피어 있었다. 꽃잎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어서 마치 별빛을 담은 것 같았다.

 

"여기... 정말 아름다워."

 

"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야. 하린이랑 함께 걷고 싶어서 항상 여기 와서 너를 기다렸어."

 

오솔길 끝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고, 그 위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 있었다.

 

"여기 앉자."

 

두 사람이 벤치에 앉자, 강아지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래쪽으로는 작은 마을이, 저 멀리로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보였다. 하늘에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고, 별들이 낮에도 반짝이고 있었다.

 

"탄아,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뭐든지 물어봐."

 

하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없어서 외롭지 않았어? 혼자 여기 와서 무섭지 않았어?"

 

탄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하린의 손을 꼭 잡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 갑자기 눈을 떴는데 모르는 곳이었고, 하린이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여기 있는 친구들이 다 도와줬어. 그리고 무엇보다..."

 

탄이가 하린을 바라봤다.

 

"하린이가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여기서는 주인의 마음이 느껴져. 하린이가 나를 그리워할 때마다, 나도 따뜻해졌거든."

 

"정말?"

 

"응. 하린이가 울 때는 내 마음도 아팠고, 하린이가 우리 추억을 떠올릴 때는 나도 행복했어."

 

하린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탄아. 내가 너무 슬퍼해서..."

 

"아니야, 괜찮아. 그게 사랑이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슬픈 게 당연해."

 

탄이가 하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나 따뜻했다.

 

"하린아, 이제 중요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탄이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응, 말해봐."

 

"하린아... 우리가 영원히 함께 있을 수는 없어."

 

하린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말이야? 나 여기서 너랑 계속 살면 안 돼?"

 

"안 돼. 하린이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여기는 우리같이 떠난 아이들이 있는 곳이야. 하린이가 계속 여기 있으면, 하린이도 진짜로 이쪽 세계 사람이 되어버려."

 

"그럼 그것도 괜찮아. 나는 너랑 함께 있고 싶어."

 

"안 돼!"

 

탄이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하린아, 너는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아. 하연이도 있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너 없이는 의미가 없어."

 

탄이가 하린의 양 손 위에 발을 얹고 진지하게 바라봤다.

 

"하린아, 내가 죽었을 때 제일 후회스러웠던 게 뭔지 알아?"

 

"뭐?"

 

"너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제대로 못 한 거야. 너랑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꼈는지... 그런 말들을 못 해줘서 너무 아쉬웠어."

 

하린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나도 너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 너무 많아."

 

"그래서야. 우리 둘 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어."

 

탄이가 벤치 앞 쪽으로 와 하린 앞에 엎드려 앉았다.

 

"하린아, 나 부탁이 있어."

 

"뭐든지 들어줄게."

 

"여기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줘. 몽실이, 보리, 초코... 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주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하지만 방법이 없어서 계속 여기 머물고 있거든."

 

"그런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하린이는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잖아. 다른 아이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탄이의 부탁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만약 내가 그 일을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함께 있을 수 있어?"

 

"일주일... 정확히는 7일이야. 하루에 한 아이씩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 날에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야."

 

"그 다음엔?"

 

"그 다음엔... 헤어져야 해. 하지만 하린아."

 

탄이가 하린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제대로 인사하고 헤어지는 거야.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다 하고."

 

하린의 마음은 복잡했다. 탄이와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동시에 탄이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기도 했다.

 

"다른 아이들도 나처럼... 주인과 제대로 인사를 못 하고 떠난 거야?"

 

"응. 다들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었거나, 아니면 너무 아파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거나... 그런 아이들이야."

 

하린은 탄이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탄아, 너는... 정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중요해?"

 

"응. 여기 있는 모든 아이들이 주인을 사랑해. 그리고 그 사랑을 전하고 싶어 해. 하지만 방법이 없어서 계속 여기 머물고 있어. 만약 하린이가 그 메시지들을 전해준다면, 아이들도 마음 편히 다음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야."

 

"다음 여행?"

 

"응. 여기는 임시로 머무는 곳이야. 정말 마지막 여행은 따로 있어."

 

하린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그 강아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알았어. 해볼게."

 

"정말?"

 

"응. 하지만 조건이 있어."

 

"뭐?"

 

"7일 동안은 너랑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야. 그리고 정말로 모든 말을 다 하고 헤어지는 거야."

 

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고마워, 하린아. 정말 고마워."

 

"나야말로 고마워. 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줘서."

 

두 사람은 벤치에서 일어나 서로를 꼭 안았다. 저 멀리서 해가 지고 있었고, 강아지별의 하늘은 보라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특별한 여정을 앞두고, 하린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