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삶의 철학

쓸모 없는 나무가 살아남은 이유, 장자의 역설적 성공론

bogibooks 2025. 10. 31. 08:13

 

제물(齊物)의 시선, 세상과 나를 평등하게 보다

장자는 어느 날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꽃에서 꽃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바람을 타고 춤을 추었다. 그 순간 자신이 장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은 침상에 누워 있는 장자였다. 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지금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이 유명한 '호접몽(胡蝶夢)' 이야기는 장자 철학의 핵심인 제물론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제물(齊物)이란 무엇인가

제물(齊物)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만물을 고르게 본다'는 뜻이다. 즉, 세상의 모든 존재를 차별 없이, 우열 없이, 평등하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사람과 동물, 높은 것과 낮은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성공과 실패 사이에 어떤 본질적 차이도 없다는 것이 장자의 주장이었다.

 

현대인들에게 이것은 매우 낯선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서열을 매기며 산다. 학교에서는 성적 등수가, 직장에서는 직급과 연봉이, 사회에서는 재산과 명예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한다. SNS에는 '좋아요' 숫자로 인기를 측정하고, 팔로워 수로 영향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장자는 묻는다. "이 모든 구분이 과연 진실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가?"

 

 

나비와 장자 사이, 경계의 해체

호접몽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구분과 경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다.

 

우리는 자신을 '나'라고 규정하고, 나 아닌 모든 것을 '타자'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 구분을 바탕으로 '나'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재단한다. 내게 유리한 것은 좋은 것이고, 불리한 것은 나쁜 것이 된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우리와 그들을 구별한다.

 

하지만 장자가 나비가 되었을 때, 그 경계는 사라졌다. 나비의 시선에서 보면 장자의 고민과 욕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반대로 장자의 시선에서 보면 나비의 자유로움은 무의미한 본능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우월한가? 장자는 말한다. "둘 다 옳기도 하고, 둘 다 틀리기도 하다. 아니, 애초에 옳고 그름이라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큰 것과 작은 것의 평등

장자의 책에는 '곤(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등장한다. 그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 이 물고기가 '붕(鵬)'이라는 거대한 새로 변하여 구만 리 상공까지 날아오른다는 이야기다. 반면 메추라기는 "저 새는 뭐 하러 그렇게 높이 나는 거야? 나는 땅 위를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라고 비웃는다.

 

누가 옳은가? 장자의 답은 명확하다. 붕도 옳고, 메추라기도 옳다. 각자는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갈 뿐이다. 문제는 자신의 기준으로 타자를 재단하려 할 때 생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끊임없이 벌어진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소규모 회사 직원을 무시하고, 명문대를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정말로 대기업이 소기업보다, 명문대가 비명문대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한가?

 

장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붕의 길이 메추라기보다 나은 것이 아니듯, 당신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역설

장자는 산속의 거대한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나무는 너무 울퉁불퉁하고 비틀려서 목수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쓸모없음' 덕분에 베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살아남아, 수많은 새와 짐승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현대 사회는 효율과 생산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장자의 시선에서 보면,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상대적 개념일 뿐이다.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이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을 수도 있다. 질병으로 쓰러진 사람이 그 경험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도 있다.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약점이 강점으로 전환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제물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기

제물론의 가장 중요한 적용은 바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평가하고 재단한다. "나는 부족해", "나는 실패했어", "나는 남들보다 뒤처져"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물의 시선으로 보면, 이런 판단들은 모두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것들이다. 지금 부족해 보이는 것이 내일은 강점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실패가 미래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 자체가 '비교'라는 허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자는 자신을 나비와 동등하게 보았다. 인간이 나비보다 우월하지 않듯이, 당신도 다른 누구보다 열등하지 않다. 각자는 그저 자신의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일상에서 제물의 시선 실천하기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제물의 시선을 실천해보자. 비싼 정장을 입은 사람도, 평범한 옷을 입은 사람도, 노숙자도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을 판단하거나 비교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자신에게도 같은 태도를 적용해보자. 오늘 실수를 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자. 그것들은 모두 삶의 한 부분일 뿐, 당신의 전부를 규정하지 않는다. 나비가 장자를 꿈꾸듯, 지금의 실패가 미래의 성공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물의 시선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해방의 철학이다.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나 자신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