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사의 직업상담기

스펙은 완벽한데 떨어지는 사람들의 공통점

bogibooks 2025. 11. 3. 08:19

4장. 면접의 기술보다 중요한 것

 

"선생님, 면접 질문 리스트 좀 주세요. 예상 질문이랑 모범 답안 있으면 외워갈게요."

 

면접을 앞둔 내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요청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상 질문 리스트를 건네주면서도, 동시에 이렇게 말한다.

 

"이건 참고만 하세요.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면접 준비를 도와달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접을 '기술'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저 사람은 왜 떨어졌을까?"

 

이수진 씨(가명, 28세)는 완벽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였다. 명문대 졸업, 토익 만점, 관련 자격증 3개, 인턴 경험까지. 이력서만 보면 누구나 탐낼 만한 인재였다. 면접 예상 질문도 수십 개를 준비해서 달달 외워왔다.

 

하지만 그녀는 번번이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질문에 다 잘 대답한 것 같은데..." 그녀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모의 면접을 해보니 문제가 보였다. 그녀의 답변은 완벽했다. 논리적이고, 조리 있고, 깔끔했다. 하지만 거기엔 '그녀'가 없었다. 마치 잘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의 답변처럼 정확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원동기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귀사의 비전과 제 목표가 일치하며, 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우리 회사가 아니어도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정성, 암기로는 만들 수 없는 것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목소리 톤(38%)과 신체 언어(55%)가 차지한다. 즉,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왜 그 말을 하는가'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과 암기한 말은 분명히 다르다. 아무리 표정 관리를 잘해도, 아무리 목소리 톤을 조절해도, 진정성 없는 말은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이수진 씨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세요?"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은 회사니까 들어가고 싶은 거죠"라고 답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회사에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이해가 먼저다

진로 심리학자 도널드 슈퍼(Donald Super)는 진로 발달 이론에서 '자아 개념(Self-Concep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아는 것이 진로 선택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 기술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끼는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행복한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면접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묻어난다. 암기한 답변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경험을 스토리로 만드는 힘

박준호 씨(26세)는 화려한 스펙은 없었다. 지방대 출신에 학점도 평범했다. 하지만 그는 면접에서 합격률이 높았다. 그 비결은 바로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군 복무 중에 부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책이 필요한 장병들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해 주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그때 깨달았죠.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연결해 주는 일이 저한테 맞다는 걸요. 그래서 유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같은 내용을 "저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좋아하고, 유통업에 관심이 많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험을 스토리로 풀어냄으로써 훨씬 더 진정성 있고 기억에 남는 답변이 되었다.

 

 

일관성 있는 서사

면접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일관성 없는 지원자'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답변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 신뢰를 잃는다.

 

반대로 일관성 있는 서사를 가진 지원자는 강력하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이런 활동을 해왔고, 그 경험을 통해 이런 걸 배웠으며, 그래서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명확한 스토리 라인이 있으면, 면접관은 '이 사람은 신중하게 진로를 선택한 사람이구나'라고 받아들인다.

 

 

마음의 준비가 기술보다 앞선다

면접의 기술은 분명 필요하다. 아이 컨택하는 법, 적절한 목소리 크기, 긍정적인 신체 언어 등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껍데기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싶은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가? 이런 질문에 진솔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대화가 된다.

 

이수진 씨는 그 후 몇 주간 자기 탐색의 시간을 가졌다.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다음 면접에서는 완벽하게 암기한 답변 대신,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면접의 기술은 포장지다. 하지만 진짜 선물은 그 안에 담긴 당신의 진정성과 열정이다. 그것만 있다면, 설령 말이 조금 어눌하더라도, 긴장해서 실수를 하더라도, 면접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