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간의 기록, 길 잃은 대학생이 학교 사회복지사가 되기까지
"진로상담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모든 단계가 의미 있다."

1971년 9월, 워싱턴 D.C.
22세 데이비드 톰슨이 심리학자 스탠리 필립스(Stanley D. Phillips) 교수의 상담실 문을 열었다. "교수님... 저는 제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필립스는 결심했다. 이 청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기로. 그렇게 1년 6개월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1단계: 자기탐색과 발견
"제가 뭘 잘하는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필립스는 데이비드에게 매일 일기를 쓰도록 했다. 주제는 '오늘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는가?' 였다. 3개월 후, 데이비드는 발견했다. "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친구들 고민을 들어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적성검사 결과도 일치했다. 상담, 교육, 사회복지 분야에 높은 적성과 흥미을 보인 것이다.
2단계: 선택의 준비도
"사람을 돕고 싶은데, 어떤 직업이 있나요?"
필립스는 6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하도록 과제를 냈다. 데이비드는 학교 사회복지사를 만나고 흥분했다. "청소년들을 돕는 일이요! 저도 고등학교 때 방황했는데 그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필립스는 구체적 정보를 제공했다. 사회복지학 석사 필요, 2년 과정, 졸업 후 평균 급여등... "급여는 낮지만, 이 정도면 할 만하죠?"
3단계: 의사결정과정
"확신이 안 서요.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죠?"
필립스는 의사결정 매트릭스를 그리게 했다. 흥미, 적성, 경제성, 의미, 일과 삶의 균형... 다섯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자 학교 사회복지사가 명확히 그의 앞에 그려졌다.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가 심했다. "사회복지는 돈 못 번다!" 고. 필립스는 부모를 초대해 그동안 진행했던 8개월간의 탐색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말했다.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4단계: 선택과 결정
"저는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에 지원하겠습니다."
데이비드는 세 개 대학에 지원했다. 그리고 부모님께 이야기했다. "100% 확신은 못 해요. 하지만 이게 지금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에요." 결국 그는 3곳 중 한 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데이비드는 곧바로 필립스 교수를 찾았다.
"교수님, 9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5단계: 실천
석사과정 2개월 차. 데이비드는 필립스에게 하소연했다.
"수업이 너무 힘들어요. 잘못 선택한 걸까요?"
"수업 내용은 흥미로운가요?"
"네, 수업을 위해 밤새워 자료를 찾기도 해요."
"그럼 제대로 선택한 거예요."
학생들을 대하는 첫 실습날, 데이비드는 확신을 얻었다.
"고등학교에서 방황하는 학생들을 상담하는데, 1년 전 제 모습을 봤어요. 이거예요! 이게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이에요!"
1975년 어느날,
필립스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발표했다. "진로상담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자기탐색과 발견, 선택의 준비도, 의사결정과정, 선택과 결정, 그리고 실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청중석에서 조용히 오래된 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던 젊은 데이비드가 다가왔다. 그는 이제 어엿한 고등학교 사회복지사였다.
"교수님, 제가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실감 나네요."
필립스가 말했다.
"당신이 그 길을 걸어준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