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삶의 철학

"나는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겠소" 2300년 전 퇴사 선언

bogibooks 2025. 11. 6. 08:17

 

 

자유로운 영혼의 기준은 무엇인가?

초나라 왕이 장자에게 사신을 보내 재상의 자리를 제안했다. 막대한 권력과 부귀영화가 보장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장자는 강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들었소. 초나라에는 3천 년 된 신령한 거북이 있는데, 왕이 그것을 죽여 상자에 넣어 사당에 모셔두고 있다고 하오. 그 거북이 죽어서 귀하게 모셔지는 것과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는 것 중 어느 쪽을 택하겠소?"

 

사신이 "당연히 살아서 진흙 속을 다니는 것이겠지요"라고 답하자, 장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겠소."

 

 

자유의 진짜 의미

현대인들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유롭다고 믿는다. 은퇴 후에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장자가 보기에 이런 자유는 진짜 자유가 아니다. 재상의 자리는 권력과 부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수많은 책임과 구속을 의미한다. 왕의 눈치를 봐야 하고, 신하들과 권력 다툼을 해야 하며,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화려한 상자 속의 거북이처럼, 겉으로는 귀하게 보이지만 실은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

 

진정한 자유는 외부 조건에 달려 있지 않다. 돈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진흙 속 거북이는 가난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그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자유다.

 

 

내면의 자유 vs 외면의 자유

장자의 친구 혜시는 위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화려한 마차를 타고,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며,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았다. 외면적으로 보면 혜시는 모든 것을 가진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반면 장자는 누더기 옷을 입고, 삼베 끈으로 신발을 묶으며, 가난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장자가 혜시를 만나러 위나라에 간다는 소문이 돌자, 혜시는 두려워했다. "장자가 내 재상 자리를 빼앗으러 오는 게 아닐까?" 이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다. 모든 것을 가진 혜시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장자를 두려워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역설은 반복된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해고 통보를 두려워하고,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한다. SNS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한다. 외면적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내면은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슬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것들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세 가지 자유의 단계

장자는 자유를 세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소요유(逍遙遊)', 즉 아무런 속박 없이 노니는 자유다. 거대한 새 붕이 구만 리 상공을 날아다니듯, 그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는 '심재(心齋)', 즉 마음의 금식이다. 욕망과 집착, 선입견과 편견을 비워내는 것이다. 마치 빈 방처럼 마음을 비우면, 그 안에 진정한 자유가 깃든다. 채워진 컵에는 더 이상 물을 부을 수 없듯이, 욕망으로 가득 찬 마음에는 자유가 들어올 공간이 없다.

 

세 번째이자 최고 단계는 '좌망(坐忘)', 즉 앉아서 모든 것을 잊는 경지다.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이 무엇인지, 심지어 자유를 추구한다는 의식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유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필요 없어진다. 왜냐하면 이미 자유 그 자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자유의 순간들

장자의 자유 개념이 너무 철학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런 자유의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갔을 때, 새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순간. 그 순간 우리는 직장 걱정도, 돈 걱정도, 타인의 시선도 잊는다.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완전히 그 세계에 빠져들었을 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하는 순간. 친구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순간.

 

이런 순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라는 의식이 희미해지고, 대신 '지금 여기'에 완전히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이 오직 현재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자유의 본질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특징

장자를 통해 본 자유로운 영혼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칭찬을 받아도 우쭐하지 않고, 비난을 받아도 위축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둘째,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 가지면 감사하고, 잃어도 담담하다. 모든 것이 일시적으로 자신을 거쳐 가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셋째, 비교하지 않는다. 남이 잘되어도 질투하지 않고, 자신이 부족해도 자책하지 않는다. 각자의 길이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넷째, 자연스럽게 산다. 억지로 무언가가 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물이 흐르듯, 바람이 부듯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작은 자유

장자처럼 완전한 자유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정말 입고 싶은 옷을 입어보자.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즐기기 위한 음식을 먹어보자.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진짜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해보자.

 

장자가 강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재상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처럼,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가 바로 자유의 시작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기준은 간단하다.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게 놓을 수 있는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는가. 진흙 속 거북이처럼, 보잘것없어 보여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유로운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