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사의 직업상담기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bogibooks 2025. 7. 26. 11:58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선생님, 저 정말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할지..."

 

상담실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스물다섯 살 청년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때가 내가 직업상담사로 일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그 청년의 눈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보았다. 막막함과 불안함, 그리고 누군가가 명확한 답을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까지.

 

사실 나 역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며 살았다. 대기업 인턴으로 몇 달, 작은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로 1년여, 그리고 프리랜서로 이것저것 해보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정작 내 마음은 늘 부유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정말 뭘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질문이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고용센터에서 진로상담을 받게 되었다. 단순히 실업급여 신청 때문이었는데, 상담사는 내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되나요?"

 

처음엔 뻔한 질문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답하다 보니,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줄 때의 뿌듯함, 누군가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때의 기쁨, 사람들과 대화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눌 때의 따뜻함.

 

그날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처음으로 명확한 방향을 찾은 것 같았다. 상담사가 내게 해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인생길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물론 결정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상담사로 먹고살 수 있겠냐"며 현실적인 걱정을 쏟아냈고, 나 스스로도 과연 남의 인생에 조언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무 경험을 쌓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첫 상담을 시작한 순간, 모든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이었다. 내가 던진 작은 질문 하나가 상대방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그것이 실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매번 기적 같았다.

 

이제 직업상담사로 일한 지 7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백 명의 내담자를 만났고, 각자의 고민과 꿈, 그리고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때로는 극적인 변화를 이뤄낸 사람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고, 때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직업상담사는 해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에게 손전등을 건네주는 것처럼, 그 빛으로 어디를 비춰볼지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이 글은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나 자신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완벽한 상담사가 되었다고 자신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배우고 있고, 때로는 실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나를 더 나은 상담사로,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믿는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진로로 고민하고 있다면, 혹은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찾고 싶다면, 이 이야기들이 작은 위로와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