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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담을 위한 가이드

당신의 진로 선택이 실패하는 4가지 이유

by bogibooks 2025. 10. 21.

"진로는 우연이 아니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현명한 선택이다."

- 에드먼드 윌리엄슨(E.G. Williamson)

 

 

1939년 미네소타, 한 상담가의 깨달음

 

1939년 가을, 미네소타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에드먼드 윌리엄슨(E.G. Williamson) 교수는 책상 위에 쌓인 200장의 학생 기록카드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대공황이 끝나가는데, 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방황하는 걸까?"

 

그는 지난 5년간 상담한 수백 명의 대학생들을 떠올렸다. 공학을 전공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생기를 잃어가는 학생, 의대 진학을 고민하지만 피만 봐도 기절하는 학생, 졸업을 앞두고도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

 

그날 밤, 윌리엄슨은 자신의 연구노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오늘 깨달았다. 잘못된 진로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네 가지 명확한 패턴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예방 가능하다."

 

 

첫 번째, 흥미와 적성의 불일치 - "좋아하지만, 못 하는 일"

1935년 미네소타, 윌리엄슨이 상담가로 일하기 시작한 첫 해. 21세 학생 제임스가 찾아왔다. 그는 음악을 사랑했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했다.

 

"윌리엄슨 교수님, 저는 매일 8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해요. 음악이 제 인생이에요."

 

윌리엄슨은 제임스의 열정에 감동했다. 하지만 음악과 교수들의 평가는 달랐다.

 

"재능이 부족합니다. 노력만으로는..."

 

제임스는 연습량을 10시간으로 늘렸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터지길 반복했다. 1년 후, 제임스는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눈빛이 완전히 달랐다. 좌절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저는 왜... 제가 사랑하는 일을 못 하나요? 이게 공평한가요?"

 

그날 밤, 윌리엄슨은 고민했다.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흥미(Interest)와 적성(Aptitude)은 다른 것이다.' 그는 기록했다.

 

"첫 번째 진로문제는 흥미와 적성의 불일치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를 때, 사람들은 깊은 좌절을 경험한다."

 

윌리엄슨은 제임스에게 다른 가능성을 제안했다. "음악 교육자는 어떨까요? 피아노 연주는 어렵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능력은 있으니까요." 6개월 후, 제임스는 음악교육학과로 과를 옮겼고, 나중에 존경받는 음악 교사가 되었다.

 

 

두 번째, 어리석은 선택 - "다들 하니까, 나도..."

1937년 미네소타, 윌리엄슨의 상담실에 19세 학생 톰이 찾아왔다. 그는 의대에 다니고 있었지만,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톰, 왜 의대를 선택했나요?"

 

"아버지가 의사시니까요. 할아버지도 의사셨고... 우리 집안은 3대째 의사예요."

 

"본인은 의사가 되고 싶나요?"

 

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백했다.

 

"사실... 저는 역사가 좋아요.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럼 왜 의대를?"

 

"아버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고... 의사는 안정적이고 존경받잖아요. 친구들도 다들 부러워하고..."

 

윌리엄슨은 톰의 기록을 살펴봤다. 생물학 D, 화학 D, 하지만 세계사 A+, 고고학 개론 A+. 성적표가 이미 답을 말하고 있었다. 그날 윌리엄슨은 이렇게 썼다.

 

"두 번째 진로문제는 어리석은 선택(Unwise Choice)이다. 자신의 특성과 무관하게,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평판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는 것."

 

윌리엄슨은 톰과 그의 아버지를 함께 불렀다. 아버지는 처음엔 화를 냈지만, 톰의 성적표와 고고학 논문을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내 아들이 행복한 역사학자가 되는 것이, 불행한 의사가 되는 것보다 낫겠군."

 

 

세 번째, 불확실한 직업선택 - "이게... 맞나?"

1938년 미네소타, 윌리엄슨은 23세 졸업예정자 리사와 상담하고 있었다. 그녀는 6개월 뒤 졸업인데도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리사, 어떤 직업을 고려하고 있나요?"

 

"음... 교사도 괜찮을 것 같고, 사서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출판사도... 잘 모르겠어요."

 

"각 직업의 장단점을 생각해봤나요?"

 

"네, 많이 생각했어요. 너무 많이 생각해서 더 헷갈려요. 교사는 안정적이지만 학생들 다루기 힘들 것 같고, 사서는 조용하지만 단조로울 것 같고, 출판사는 재미있지만 급여가 낮을 것 같고..."

 

윌리엄슨은 리사가 3개월 동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책상에는 직업 안내서가 10권이나 쌓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지원서는 한 장도 작성하지 않았다.

 

"리사,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에요. 결정에 대한 두려움이죠."

 

리사는 울먹였다.

 

"네...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너무 무서워요. 만약 제가 교사가 됐는데 후회하면 어떡해요?"

 

윌리엄슨은 기록했다.

 

"세 번째 진로문제는 불확실한 직업선택(Uncertain Choice)이다. 충분한 정보와 적성이 있음에도, 확신 부족으로 결정을 미루는 것."

 

"리사, 완벽한 선택이란 없어요.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윌리엄슨은 그녀에게 한 달의 기한을 주고,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리사는 결국 교사를 선택했고, 30년간 사랑받는 교사로 살았다.

 

 

네 번째, 진로 무선택 - "아직 시간 있어"

1939년 미네소타, 윌리엄슨의 경력 중 가장 충격적인 사례였다. 34세 남성 조지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조지, 현재 무슨 일을 하시나요?"

 

"음... 이것저것 해봤어요. 공장도 다니고, 판매직도 해보고, 배달도 하고..."

 

"원래는 무엇을 하고 싶었나요?"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도 몰랐고, 20대에도 몰랐고, 지금도 잘..."

 

조지는 15년간 일관된 진로 없이 살아왔다. "나중에 가지 뭐"라는 생각으로 대학도 가지 않았고, 아직 뭘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직업훈련도 받지 않았으며, 안정되면 하겠다는 생각에 결혼도 미뤘다.

 

"조지, 왜 지금 상담을 받으러 오셨나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너는 네 인생을 살아본 적이 있니?'라고 물으셨어요. 그 말이 계속 맴돌아서..."

 

윌리엄슨은 깊은 슬픔을 느꼈다. 조지의 친구들은 이미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조지는 여전히 시작선에 서 있었다. 아니, 시작선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지, 문제는 당신이 선택을 못 한 게 아니에요.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한 거죠. 그리고 그 선택의 대가는... 지금 당신이 치르고 있는 거고요."

 

윌리엄슨은 생각했다.

 

"네 번째 진로문제는 진로에 대한 선택하지 않음(No Choice)이다. 선택을 계속 미루다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


윌리엄슨의 유산

1947년, 윌리엄슨은 자신의 대표작 『How to Counsel Students』를 출간하며 이렇게 썼다.

 

"나는 10년간 수천 명의 진로 상담을 하며 네 가지 핵심 문제를 발견했다. 흥미와 적성의 불일치, 어리석은 선택, 불확실한 선택, 그리고 진로 무선택. 이 네 가지는 모두 '자기 이해의 부족'에서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는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바로 특성-요인 이론(Trait-Factor Theory)이 그것이다. 자신의 특성(흥미, 적성, 성격, 가치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직업의 요구조건과 비교하여, 가장 적합한 진로를 과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가 85년 전에 남긴 통찰은 오늘도 수많은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나침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