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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담사의 직업상담기

취업 알선이 전부가 아닙니다 - 직업상담사의 진짜 일

by bogibooks 2025. 8. 23.

 

 

2장. 직업상담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

 

"직업상담사요? 그럼 취업 알선해 주시는 거죠?"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아니면 "면접 준비 도와주고, 이력서 첨삭해 주는 거 아니에요?"라고 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직업상담사의 일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마치 의사에게 "의사는 무슨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듯이 직업상담사라는 직업도 한마디로 뭉뚱그려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일정표를 확인하니 세 사람의 내담자와 상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첫 번째는 막 대학을 졸업한 22세 이지영 씨, 두 번째는 15년 차 중간관리자로 회사를 그만둔 박성호 씨, 세 번째는 육아로 7년간 경력이 단절된 최미라 씨였다. 각자 다른 연령, 다른 배경, 다른 고민을 안고 온 사람들이지만, 내가 그들에게 하는 일의 본질은 같다.

 

 

진로 탐색과 자기 이해 돕기

 

직업상담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내담자가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지영 씨는 "저는 정말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전공도 그저 점수에 맞춰 선택했던 거고, 친구들은 다 취업 준비하는데 저만 멍하니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나는 성격검사나 직업적성검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대화를 통해 그의 가치관과 관심사를 찾아내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몰입했던 경험이 뭐예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일이 있다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같은 질문들을 통해서 말이다.

 

홀랜드(Holland)의 직업적 성격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실형(R), 탐구형(I), 예술형(A), 사회형(S), 진취형(E), 관습형(C)의 여섯 가지 성격 유형 중 하나 또는 그 조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 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이야기와 경험이다.

 

 

현실적인 취업 전략 수립

 

박성호 씨는 지영씨의 경우와는 달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있었다. "15년 동안 제조업에서 일했는데, 이제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으로 옮기고 싶어요. 하지만 나이도 있고, 관련 경험도 없고... 가능할까요?"

 

이때 내 역할은 현실적인 조언자다. 노동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의 기존 경험과 스킬을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한다. 전직 지원 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 과정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직종 전환 성공률은 적절한 준비 과정을 거칠 때 현저히 높아진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동기와 의지이다. 성호 씨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최미라 씨는 재취업이 그 인생에 또 다른 도전이 되고 있었다. "7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웠는데, 이제 다시 일하고 싶어요. 하지만 기술도 많이 바뀌었고, 제가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경력단절 여성의 상담에서는 단순한 기술적 지원보다 심리적 지원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육아로인해 사회와 단절되면서 생긴 자신감 부족, 죄책감, 불안감 등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7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들도 분명히 당신의 강점이에요. 문제 해결 능력, 멀티태스킹 능력, 인내심 등은 직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량이거든요."

 

이처럼 여성가족부의 새일센터나 각종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점진적인 사회 복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직업상담사의 업무 중 하나다.

 

 

심리적 지지와 동기 부여

 

하지만 직업상담사의 일은 이런 실무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때로는 심리상담사의 역할도 해야 한다. 취업에 실패한 내담자의 좌절감을 다루고, 자존감 회복을 도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떨어졌어요. 제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먼저 그 감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 그 다음에는 인지행동치료의 기법을 활용해 왜곡된 사고패턴을 바로잡도록 돕는다.

 

 

지속적인 사후 관리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상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적응 과정, 업무 스트레스, 인간관계 등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찾아오는 내담자들이 많다. 이때는 직장 내 갈등 해결이나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하루의 마무리

 

오늘 여섯 명의 상담을 마치고 나서, 각자의 상담 기록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지영 씨는 다음 주에 관심 분야 체험 활동을 해보기로 했고, 박성호 씨는 전환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기로 했으며, 최미라 씨는 소규모 프로젝트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직업상담사는 단순히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사람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동행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상담사, 때로는 정보 제공자, 때로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직업상담사가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