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업상담사의 직업상담기

24세부터 47세까지, 그들이 찾아온 이유

by bogibooks 2025. 8. 31.

3장. 직업상담사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이는 단호한 결심을 품고 들어오고, 어떤 이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또 어떤 이는 반신반의하며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적인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5년간 직업상담사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사람은 절대 유형으로 규정될 수 없지만, 비슷한 고민과 상황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뭘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 - 방향을 잃은 청년들

가장 많이 만나는 유형 중 하나는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거나 갓 졸업한 이들은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느끼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다.

 

김태현 씨(가명, 24세)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솔직히 경영에 관심이 있어서 선택한 게 아니에요. 그냥 취업 잘 된다고 해서요"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공채에 몇 번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고,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런 청년들의 특징은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내적 동기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고, 친구들은 "연봉이 높은 곳"을 추천하지만, 정작 본인은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제 나이가 너무 많은 건 아닐까요?" - 중년 재취업 희망자들

40대 이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분들도 자주 만난다. 이들은 주로 명예퇴직이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거나,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원해서 찾아온다.

 

박영수 씨(가명, 47세)는 20년간 중견기업의 관리자로 일하다가 명예퇴직을 했다. "같은 일을 계속 하기엔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가기엔 나이가 걱정돼요. 고용주 입장에서 제 나이를 어떻게 볼까요?"

 

중년 재취업 희망자들의 공통점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령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나이 차별 문화는 그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7년 만에 다시 사회로 나가려니..." - 경력단절 여성들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대개 높은 학력과 경력을 갖고 있었지만, 몇 년간의 공백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상태로 찾아온다.

 

이현주 씨(가명, 38세)는 "아이 둘을 키우느라 6년간 쉬었는데, 그 사이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IT 기술도 발전했고, 업무 방식도 달라졌고... 제가 적응할 수 있을까요?"라며 걱정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특징은 전문적인 역량은 있지만, 변화된 업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엄마'라는 역할과 '직장인'이라는 역할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요?" - 진로를 재고하는 고시생들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지친 청년들도 종종 만난다. 안정성을 추구해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지만, 반복되는 실패와 긴 준비 기간으로 인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이들이다.

 

최준호 씨가명, (27세)는 "3년째 공무원 시험을 보고 있는데, 솔직히 이게 정말 제가 원하는 길인지 확신이 안 서요. 처음엔 안정적이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제 적성과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들은 사회가 정해놓은 '좋은 직업'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안정성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 전직을 꿈꾸는 사람들

현재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완전히 다른 분야로의 전직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개 일정한 경력을 쌓았지만,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지 못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미경 씨(가명, 32세)는 "은행에서 7년간 일했는데,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지겨워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요?"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져요" - 기술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로는 정해져 있지만 구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 이력서 작성법을 모르거나, 면접에서 자신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그들 모두 '더 나은 삶'을 원한다는 것이다. 더 의미 있는 일, 더 안정적인 생활, 더 보람찬 하루를 꿈꾸며 용기를 내어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는 고유한 강점과 가능성이 있다. 내 역할은 그것을 함께 찾아내고, 현실적인 계획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때로는 격려가 필요하고, 때로는 냉정한 현실 점검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지만, 모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바로 직업상담사인 내가 하는 일의 특별한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