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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도 '운일 뿐'? 아론 벡이 찾아낸 당신 마음속 왜곡 패턴

by bogibooks 2025. 12. 8.

 

1961년 필라델피아, 프로이트를 의심한 정신과 의사

1961년 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정신과. 40세의 아론 벡(Aaron T. Beck)은 한 우울증 환자와의 상담 녹음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저는 실패자예요. 모든 게 다 제 잘못이에요."

 

벡은 프로이트식 정신분석으로 훈련받았다. 프로이트는 우울증을 '내면의 분노가 자신에게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년간 환자들을 만나면서 벡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런가? 아니면 다른 메커니즘이 있는 건 아닐까?'

 

그날, 벡은 특별한 실험을 시도했다. 우울증 환자 42명의 상담 녹음을 분석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생각의 패턴을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3개월 후, 벡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울증 환자들은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왜곡은 여덟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우울증 환자가 가르쳐준 여덟 가지 생각의 함정

1. 흑백논리 (All-or-Nothing Thinking)

 

28세 회계사 제임스는 이야기했다.

"제가 보고서에서 오타 하나를 냈어요. 저는 보고서 하나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는 완전히 무능한 사람이에요."

 

벡은 물었다.

 

"오타 하나가 당신 전체를 무능하게 만드나요?"

 

순간, 제임스는 깨달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는 것을.

 

 

2. 과잉일반화 (Overgeneralization)

 

상담실에 찾아온 32세 교사 메리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데이트가 실패했어요. 저는 평생 혼자 살 거예요."

 

벡이 기록을 확인하니 그녀는 지난 1년간 세 번의 데이트를 했고, 한 번 거절당했을 뿐이었다. 한 번의 실패를 '평생'으로 확대한 것이다.

 

 

3. 선택적 추상화 (Mental Filter)

 

25세 대학원생 로버트는

 

"어제 과제 발표 후 10명이 칭찬했지만, 한 명은 무척이나 비판적이었어요. 발표 내용이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실패한 것 같아요."

 

벡은 물었다.

 

"10명의 칭찬은 왜 무시하나요?"

 

로버트는 오직 부정적 정보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4. 긍정의 평가절하 (Disqualifying the Positive)

 

35세 작가 수잔은 의기소침한 얼굴로 상담사에게 이야기했다. 

 

"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그건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사실 제 글쓰기 실력은 형편 없어요."

 

벡은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긍정을 '우연'으로 돌렸다.

 

 

5. 성급한 결론 (Jumping to Conclusions)

 

29세 직장인 데이비드가 말했다. 

 

"상사가 아침 인사를 안 받았어요. 분명 전 잘릴거예요."

 

벡이 확인해보니 상사는 그날 아침 부친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데이비드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증거도 없이 최악을 결론 내렸던 것이다.

 

 

6. 확대와 축소 (Magnification/Minimization)

 

40세 엔지니어 존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이야기했다.

 

"제가 실수했어요. 완전 폭망이에요. 회사도 곧 망할 거예요."

 

실제로는 그의 실수는 1만 달러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만한 경미한 실수였고, 회사 연 매출은 100억 달러였다. 그는 자신의 실수는 확대하고, 전체 맥락은 축소했던 것이다.

 

 

7. 감정적 추론 (Emotional Reasoning)

 

33세 간호사 리사는 벡에게 이야기했다. 

 

"뭔가 감이 좋지 않아요. 마음이 계속 불안해요, 분명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거예요."

 

벡은 물었다.

 

"불안한 감정이 어떤 사실을 만드나요? 실제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지 않았나요?"

 

리사는 객관적 사실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감정을 증거로 결과를 추론하고 있었던 것이다.

 

 

8. 당위적 사고 (Should Statements)

 

말쑥한 느낌의 27세 변호사 폴, 그가 벡에게 말했다.

 

"저는 매일 완벽해야 해요. 실수하면 안 돼요. 항상 최고여야 해요."

 

상담이 이어지는 동안 벡은 폴의 이야기속에서 '해야 한다'를 모두 세어봤다. 한 시간 상담에서 모두 47번이나 사용했다. 폴은 당위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던 것이다. 

 

 

1963년, 인지치료의 탄생

1963년, 벡은 수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얻은 결과를 하나의 혁명적인 논문으로 발표했다.

 

"우울증은 내면의 분노가 아니다. 왜곡된 생각의 패턴이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왜곡된 생각의 패턴, 곧 여덟 가지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면, 약물 없이도 우울증이 호전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의 시작이었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